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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이거나 혹은 촌스럽거나, 파주 국수 두 곳

파주에 가면 국수 마니아들은 쫄깃하고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헤이리의 이국적인 풍경 속에 파스타와 피자를 우아하게 먹어야 할지, 컨트리 스타일 국수집의 구수한 시골인심이 담긴 갈쌈국수를 먹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기 때문이다. 촌스러우나 정겨운 입맛에는 연탄불에 구운 돼지 불고기를 척척 얹어 먹는 갈쌈국수가 땡기고, 헤이리의 세련된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이탈리안 파스타와 피자가 제격이다. 이국적이거나 혹은 촌스럽거나 파스타를 먹어도, 갈쌈 국수를 먹어도 파주에서 맛있는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Farmer's Table에는 채소 듬뿍 파스타와 피자

파주 헤이리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는 네 곳이다. 게이트 4번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주차장 공터 앞에 파머스 테이블의 간판이 보인다. 아티누스라는 건물 입구로 들어서면 파머스 테이블로 들어가는 어둡고 좁은 길이 나타난다. 길 끝에 묵직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찾았던 동굴 속 세상처럼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난다. 높은 천정과 넓은 유리창에서 부드러운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나무와 돌 등 자연소재로 꾸며진 120평 규모의 실내는 숲 속의 집처럼 쾌적하고 편안하다.

 

 

농부의 밥상이라는 상호처럼 메뉴판에는 싱싱한 채소를 이용하는 요리가 가득하다. 올리브 오일에 마늘과 가지, 호박 등 넉넉한 채소와 페페론치노를 넣어 매콤한 맛을 살린 ‘감베르티 벨두라’는 올리브 오일 특유의 향이 살아있어 향긋하고 깔끔하다. 도예가가 만든 아름다운 그릇에 담긴 파스타는 오목한 모양새 덕분에 온도가 오래 유지되어 끝까지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실용성까지 갖췄다. 그릇이 큼직하다 보니 파스타의 양도 많아 여럿이 골고루 주문해 사이좋게 나눠 먹으면 맛있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파스타 외에 파머스 테이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가 있다. 화이트 크림소스에 치즈, 토마토, 베이컨을 얹어 스토브에서 구워낸 루꼴라 피자다. 바삭한 피자에 싱싱한 루꼴라를 얹어 아삭아삭 씹으면 싱그러운 허브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뇌조리 국수집은 숯불고기와 갈쌈국수

한적했던 시골 마을 뇌조리의 삼거리가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차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건 작은 국수집 때문이다. 간판은 국수집이라고 걸려 있지만, 손님을 반기는 건 숯불에 갈비 굽는 냄새다. 그래서 숯불고기와 국수가 세트로 나오는 갈쌈국수가 주인공이다. 아예 마을 이름을 따서 뇌조리 갈쌈국수로 불리는 ‘국수집’은 점심시간이면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이 국수집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국수야 온종일 언제 먹어도 좋을 끼니인데다 간식이니 점심시간만 피해 가면 여유 있게 먹을 수 있다. 테이블 회전도 빠른 편이라 추운 날씨만 피한다면 기다려서 먹을 만하다. 새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장에 빨갛게 비벼 먹는 비빔국수는 숯불에 구워낸 돼지불고기 한 점을 얹어 돌돌 말아 싸먹으면 개운하고 쫀득하게 어우러지는 풍미가 매력적이다. 

 

 

 

갈쌈국수를 주문하면 숯불고기 1인분에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를 선택하는데, 반찬은 잘 익은 김치 한 보시기와 마늘장아찌다. 직접 담그는 김치는 시원하고 칼칼해서 국수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고, 마늘장아찌는 숯불고기에 한 점 얹어 아삭하고 개운하게 즐길 수 있어 환상의 반찬이다.

맑고 시원한 멸치 육수의 잔치국수는 개운한 국물 맛이 좋아 그릇째 들고 마시게 된다. 주문과 함께 삶아서 쫄깃하게 말아주는 국수는 김치를 얹어 후루룩 먹다 보면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