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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맛집> 상다리 휘어지는 강진의 백반에 반하다

 

세상에 인생 맛집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럭저럭 내 입맛에 잘 어울리는 나만의 맛집이 있을 뿐.

세월에도 미각은 간사하게 변하고 시장하거나 입맛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산해진미도 변덕스럽지 않은가.

인생을 걸 만큼 맛있는 맛집이 있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강진으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줏대없고 변덕스러운 나의 입맛을 사로잡은 건 전라남도 강진의 남도 밥상이다.

몇 해동안 취재와 여행으로 강진의 다양한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 특별한 밥상을 만났다.

깔깔한 아침 입맛에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드는 따끈한 아침 백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푸근하고 맛깔스러운 엄마의 손맛이 소소한 반찬마다 고스란히 배어든, 최고의 밥상이었다.

 

 

 

아침 밥상을 소박한 한정식처럼 받고 나니 진짜 한정식 상차림의 비주얼이 기대되었던 아침.

주인장의 얼굴을 확인하고 진심을 담아 감사함을 표시하고 평소 잘 찍지 않는 메뉴판도 찰칵 찍었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시청하며 반갑던 밥상이지만, 적당히 유명해져서 옛모습 그대로 있어주기를.

 

 

오케이 식당의 아침 밥상도 눈이 휘둥그레 놀랐던 밥상이다.

강진 사람들은 아침마다 이렇게 많은 반찬으로 아침 상을 받는건가 궁금해졌다.

남도의 밥상답게 해산물과 묵은김치, 신선한 나물이 가득하고 김치 콩나물국이 대박이었다.

직접 젓갈을 담고 끓이고 숙성하는 남다른 정성 없이는 낼 수 없는 깊은 맛의 김칫국이 시원하고 개운했다.

 

 

 

이것은 다온식당의 담백한 아침 밥상이다.

무심하게 나온 조개탕 그릇의 국물을 한 수저 떠먹다가 깜짝 놀랐다.

그동안 내가 수도 없이 먹었던 조개탕은 레알 조개탕이 아니었다는 사실.

이른 아침에 차려진 반찬들도 구색 맞추느라 대충 올라온 것이 하나도 없었다.

 

 

 

사의재 주막에서도 아침 밥상으로 먹으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저녁 백반을 먹었다.

외지 손님보다 강진 사는 분들이 더 아끼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단골 손님이 많았다.

주인장과 막걸리를 나누는 일행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가 정겹고 편안해지는 저녁시간이었다.

우리 숙소는 사의재에서 가까운 한옥체험관 안채의 홍실이었다. 막걸리 한 잔에 사르르 여독이 풀렸다.

 

 

 

사의재 주막의 대표메뉴는 아욱된장국 밥상이다.

사의재의 주모가 다산의 마음을 보듬고 배려하며 차려주던 따뜻한 아욱국을 재현한 밥상이다.

다산의 제자, 황상은 다산 선생과 추사 김정희 선생을 초대하여 기장으로 지은 밥에 아욱국을 끓여 아침밥으로 내놓았다는, 일화가 있다. 가을 아욱국은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옛 속담도 전해지는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맛에 대한 관심은 지극하다. 부드럽고 구수한 된장국이 말랑말랑하게 익힌 아욱과 함께 입안을 감미롭게 채운다. 안타까운 건, 아침에 먹을 수 없다는 것. 사의재는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 주막의 별미, 바지락 초무침도 가장 맛있는 4월과 5월에만 먹을 수 있다.

 

 

 

사의재(四宜齋 )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이 전남 강진에 유배되었을 때 머물렀던 주막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사의재란 '네 가지를 마땅히 행해야 할 방'이란 뜻이다. 네 가지는 맑은 생각과 엄숙한 용모, 과묵한 말씨, 신중한 행동을 말한다. 다산이 강진에 유배되었을때, 주막 '동문매반가'의 주모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주막의 방 한칸을 내주었는데, 그 방이 사의재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술로 허송세월하던 다산은 주모의 배려로 4년동안 기거하며 <경세유표> 등을 집필하고 실학사상을 집대성했다.

 

 

 

문에 걸린 종이 메뉴 판에는 다산 밥상, 아욱된장국이라고 적혀 있다.

다산 정약용의 인간적인 스토리가 전해지는 사의재에서 다산의 밥상은 정겹고 맛있다.

아욱된장국과 바지락전이 인기 메뉴다. 바지락 초무침과 굴전과 간재미찜도 기대되는 메뉴다.

아욱국이 기대보다 구수하고 맛있는데다 주인장의 음식 솜씨가 남다르다. 정갈한 반찬은 차림새도 얌전하다.

 

 

 

<여행정보>

우리식당 / 전남 강진군 도암면 향촌리 1128-1 / 061-432-0027

오케이식당 /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랑로 123-1 / 061-432-8072

다온식당 / 전남 강진군 대구면 수동길 17-7 / 061-433-0844

사의재 주막 / 전남 강진군 강진읍 동성리 / 061-433-3223